교도소에서 온 편지

2009. 1. 9. 09:42한번쯤 읽어보면 유용한 글



어제는 교도소에서 합동 접견을 했다. 나는 그동안 조건이 되지
않아 합동 접견을 못 하다가 8년만에 어머니를 뵈었다.

아픈 상처를 다시 건드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언제 돌아가실지 모를 어머니께 자식 얼굴을 가까이에서 한번

보여드리는것이 최소한 도리라고 했다. 어버이날 하루 앞둔
5월7일. 어머니는 약간 불편한 걸음으로 누님과 같이 들어오셨다.

그간 몇번 면회실에서 뵐 때는 건강해 보였는데 잘 걷지도
못하고 여위셨다니.."자식이 징역을 살면 그 부모도 징역을

산다고 하는데 어머니도 마음의 감옥에서 사셨구나," 쏟아지는
눈물을 참으며 절을 올렸다." 어느듯 8년이 넘었습니다.

저는 잘 있으니 걱정하지마세요," "너만 잘 산다면 이 어미에게
무슨 근심이 있겠니, 밥 잘먹고 건강해야 한다." 어머니와 내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누님은 준비해온 음식을 그릇에 담았다.
하얀 쌀밥에 갓 담은 배추김치,불고기,과일,그리고 찐 감자.

몇해전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어렸을때 쪄 준 감자가 생각
난다고 적었는데 그걸 잊지 않고 가져온 것이다. 시간이 다 되자

어머니는 내개 누렇고 낡아빠진 옷을 내미셨다." 네가 입었던
배냇저고리다. 결혼하면 물려주려 했는데 여러모로 어렵게

되었구나. 나 죽으면 보공의로 쓸란다." 보공의는 관의 빈공간을
채우는 옷이다. 어머니는 아들이 보고 싶을때마다 이 해진 배내

옷을 보며 시름을 달래셨으리라. 저승에 가서라도 아들을 위해
기도하시겠다는 어머니는 내손을 꼭 잡은뒤 떨어지지 않는 발

걸음을 옮기셨다. 그 작고 애처로운 뒷모습이 마지막 모습이
아니겠지. 오늘 하신 말씀이 유언이 되지는 않겠지...,

어머니 모습을 잊지 않겠습니다. 꼭 스스로 일어서겠습니다.